돈이 되는 사업과 안 되는 사업의 차이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구조다. 구조는 변수 여섯 개로 적힌다. 여섯 개가 다 맞아야 하는 게 아니라, 어느 하나가 틀리면 나머지가 소용없다는 쪽이 중요하다.

수요와 희귀성 — 이익의 식

손님이 돈을 내는 이유는 필요해서가 아니라 딴 데서 못 구해서다. 필요하지만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건 물값을 받는다.

같은 걸 파는 경쟁자가 nn명이면 손님이 나 아닌 데서 사는 확률 ss는 대략 n/(n+1)n/(n+1)이고, 내가 받을 수 있는 이익률은 최대치에 (1−s)(1-s)를 곱한 값이다.

m=mmax⁡ (1−s)=mmax⁡n+1m = m_{\max}\,(1 - s) = \frac{m_{\max}}{n + 1}
경쟁자 수에 따른 이익률012345600.10.20.30.40.50.60.70.80.91

경쟁자가 한 명 생기면 이익이 반이 된다. 셋이면 사분의 일. 이게 Thiel이 “경쟁은 패자의 것”이라고 한 말의 수식이다. 열심히 해서 경쟁자를 이기는 게 아니라 n=0n = 0인 자리를 찾는 것. 그 자리에서는 가격을 네가 정한다.

이익은 수요 곱하기 이익률이니까

Π=D⋅m=D⋅mmax⁡n+1\Pi = D \cdot m = D \cdot \frac{m_{\max}}{n+1}

수요 DD를 키우는 건 돈이 들고(광고), nn을 줄이는 건 구조가 든다(해자). 둘 중 하나만 있으면 안 된다. n=0n = 0이어도 D=0D = 0이면 독점한 무인도고, DD가 커도 n=10n = 10이면 물장수다.

제로 투 원 — n = 0인 자리

이미 있는 걸 더 잘 만드는 건 1→n1 \to n이다. nn이 하나 늘 뿐이고, 위 식에서 네 몫은 1/(n+1)1/(n+1)만큼 줄어든다. 없던 걸 만드는 건 0→10 \to 1이고, 그 순간 n=0n = 0이다.

문제는 nn이 0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돈이 보이면 들어온다. 경쟁자 진입률을 λ\lambda라고 하면

n(t)=λtn(t) = \lambda t

해자가 없으면 λ\lambda가 크고, 몇 년 안에 nn은 열이 된다. 해자는 λ\lambda를 0에 가깝게 누르는 장치다. 그러니까 제로 투 원은 시작 조건이고, 해자는 유지 조건이다. 둘은 다른 질문이다 — “남이 안 한 걸 했나”와 “남이 못 따라오나”.

Thiel의 처방은 순서가 있다. 작은 시장을 통째로 먹고(여기선 n=0n = 0이 쉽다), 거기서 번 걸로 옆 시장으로 넓힌다. 큰 시장의 1%보다 작은 시장의 100%가 먼저다. 1%는 nn이 큰 자리고, 100%는 n=0n = 0인 자리라서.

해자가 있느냐 — 네 가지

λ\lambda를 누르는 방법은 알려진 게 넷이고, 각각 수식이 다르다.

해자왜 못 따라오나식
기술10배 나은 걸 다시 만들어야 함따라오는 비용 ≫\gg 네가 든 비용
네트워크가치가 사용자 수의 제곱V∝N2V \propto N^2 — 경쟁자는 N=0N = 0에서 시작
규모단위 비용이 양에 반비례c(q)=c0+c1/qc(q) = c_0 + c_1/q
브랜드같은 물건에 다른 값을 받음ss를 낮추는 게 아니라 mmax⁡m_{\max}를 올림

여기에 하나 더 — 락인. 손님이 옮기는 데 드는 비용 C전환C_{\text{전환}}이 경쟁자가 주는 추가 가치 Δ\Delta보다 크면 안 옮긴다.

Δ<C전환  ⇒  안 옮김\Delta < C_{\text{전환}} \;\Rightarrow\; \text{안 옮김}

경쟁자가 조금 더 좋아도 소용없다는 뜻이다. C전환C_{\text{전환}}은 데이터 이전, 다시 배우기, 연동 다시 하기, 익숙함의 값이다. 손님의 데이터를 네가 들고 있으면 C전환C_{\text{전환}}이 커진다.

해자가 있느냐는 질문은 이 다섯 중 하나라도 수식이 성립하느냐다. “우리가 더 열심히 한다”는 어느 칸에도 안 들어간다. 열심히 하는 건 λ\lambda를 안 바꾼다.

데이터 플라이휠 — 시간이 해자를 키우는 알고리즘

위 네 해자는 처음에 만들어야 한다. 플라이휠은 다르다. 돌기 시작하면 시간이 대신 만든다.

플라이휠손님사용데이터제품 개선

품질 QQ가 쌓인 데이터만큼 오르고, 수요 DD가 품질을 따라오면

Qt+1=Qt+αDt,Dt=βQtQ_{t+1} = Q_t + \alpha D_t, \qquad D_t = \beta Q_t

두 식을 합치면 Qt+1=(1+αβ)QtQ_{t+1} = (1 + \alpha\beta) Q_t, 즉

Qt=Q0 (1+αβ)tQ_t = Q_0\,(1 + \alpha\beta)^t

지수다. 경쟁자는 Q0Q_0에서 시작하고 너는 QtQ_t에 있다. 시간이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고, 그 격차가 곧 λ\lambda를 누른다. 이게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복리로 쌓인다”의 정확한 뜻이다 — 쌓이는 게 돈이 아니라 데이터고, 데이터가 품질을 올리고, 품질이 수요를 부르고, 수요가 데이터를 준다.

조건이 셋이다.

α>0\alpha > 0 — 데이터가 실제로 품질을 올려야 한다. 그냥 쌓이는 로그는 α=0\alpha = 0이다.

β>0\beta > 0 — 품질이 실제로 수요를 불러야 한다. 아무도 품질 차이를 못 느끼면 β=0\beta = 0이다.

데이터가 네 저장소에 있어야 한다. 남의 플랫폼 위에서 돌면 QQ를 올리는 건 플랫폼이고, 격차는 플랫폼이 가져간다.

목줄 — 플랫폼 종속

매출의 kk만큼이 남의 통로(앱스토어, 배달앱, 유튜브, 네이버)로 온다고 하자. 통로는 수수료 ff를 가져간다. 네 손에 남는 건

Π=D⋅m⋅(1−f)\Pi = D \cdot m \cdot (1 - f)

문제는 ff를 네가 못 정한다는 것이다. 플랫폼은 ff를 올릴 수 있고, 네가 떠나면 잃는 것까지가 올릴 수 있는 한도다. 떠나면 매출의 kk를 잃으니까

fmax⁡≈kf_{\max} \approx k

kk가 0.9면 수수료를 90% 가까이 올려도 네가 못 떠난다. 앱스토어 30%, 배달앱 20%대가 이 식의 결과다. 수수료는 플랫폼이 정하는 게 아니라 네 종속도가 정한다. 목줄의 길이가 kk다.

처방은 kk를 낮추는 것이고, 낮추는 방법은 하나다 — 손님의 연락처, 데이터, 결제가 네 영지에 있어야 한다. 플랫폼은 유입 통로로만 쓴다. 광고처럼, 돈 주고 손님을 데려와서 네 쪽으로 옮기는 것. 플랫폼 안에 손님을 두면 그건 네 손님이 아니라 플랫폼의 손님이다.

시드머니와 광고비 — 선형과 지수

광고는 수요를 돈으로 사는 것이다.

D=a⋅AD = a \cdot A

광고비 AA에 비례하고, 끄면 0이다. 선형이고 기억이 없다. 작년에 쓴 광고비는 올해 수요에 아무것도 안 남긴다.

복리는 어제 번 게 오늘 수요를 만드는 것이다.

Dt+1=(1+r) Dt⇒Dt=D0(1+r)tD_{t+1} = (1 + r)\,D_t \quad\Rightarrow\quad D_t = D_0 (1+r)^t
광고(선형) 와 복리(지수)0510152025300102030405060y = 0.4xy = 1.15^x

처음 10년은 선형이 이긴다. 광고가 빠르다. 그 뒤로는 비교가 안 된다. 사업이 광고비에 기대는지 아닌지는 광고를 끄고 석 달 뒤 DD가 어디 있는지로 안다. 0 근처면 r=0r = 0이고, 그 사업은 광고 대행사에 종속된 거다. 위 절의 kk가 광고 플랫폼에 걸린 것과 같다.

시드머니는 시간을 돈으로 사는 것이다. r>0r > 0인 사업은 시드가 작아도 시간이 키운다. r=0r = 0인 사업에 시드를 넣으면 광고비와 똑같다 — 다 쓰면 0이다. 그래서 시드머니가 필요한지는 사업의 크기가 아니라 rr이 정한다. rr이 없는 사업에 돈을 넣는 건 밑 빠진 독이고, rr이 있는 사업은 독이 스스로 찬다.

B2B냐 B2C냐

누가 돈을 내느냐가 아니라 위 변수들이 어떻게 달라지느냐의 문제다.

B2BB2C
손님 수 NN적음많음
단가큼작음
락인 C전환C_{\text{전환}}큼 — 연동·교육·계약작음 — 앱 지우면 끝
매출 변동손님 하나가 빠지면 급락∝1/N\propto 1/\sqrt{N} 로 안정
종속 위험큰 손님 하나가 목줄 (kck_c)유입 플랫폼이 목줄 (kk)
잘 맞는 해자락인 · 기술 · 데이터네트워크 · 브랜드
광고 의존낮음높음

B2B의 목줄은 손님 쪽에 있다. 매출의 kck_c가 한 회사에서 오면, 그 회사가 ff를 정한다 — 단가 인하 요구가 그거다. B2C의 목줄은 통로 쪽에 있다.

둘을 가르는 질문이 아니라 섞는 질문이 더 쓸모 있다. 돈은 B2B가 내고 데이터는 B2C가 주는 구조. 수많은 개인이 쓰면서 데이터를 쌓고, 그 데이터로 만든 걸 기업이 산다. 플라이휠은 B2C 쪽에서 돌고, 이익률은 B2B 쪽에서 난다. NN이 커서 안정적이고 단가가 커서 이익이 난다.

전부 한 식에

사업의 값은 앞으로 벌 이익의 합이다.

V=∑t=0∞Dt⋅mmax⁡(1−st)⋅(1−ft)(1+ρ)tV = \sum_{t=0}^{\infty} \frac{D_t \cdot m_{\max}(1 - s_t) \cdot (1 - f_t)}{(1+\rho)^t}

항마다 위의 절 하나씩이다. DtD_t는 복리로 자라야 하고(r>0r > 0), sts_t는 시간이 갈수록 내려가야 하고(해자, 플라이휠), ftf_t는 0에 가까워야 한다(종속 없음). ρ\rho는 할인율이고 네가 못 건드린다.

이걸 매 분기 돌리는 점검으로 바꾸면 이렇다.

분기마다:
  광고를 끈 가정에서 D 가 어디 가나      → 0 근처면 r = 0. 복리 없음
  경쟁자 수 n 이 늘었나                  → 늘었으면 λ 가 살아 있음. 해자 아님
  매출의 k 가 어디로 오나                → 0.5 넘으면 목줄. 통로를 하나 더
  데이터가 품질을 올렸나 (α)              → 안 올랐으면 플라이휠 아님. 로그일 뿐
  손님이 옮기는 비용 C전환 이 Δ 보다 큰가  → 작으면 락인 없음

다섯 줄 중 하나라도 틀리면 나머지가 소용없다. 곱이라서 그렇다. 0이 하나 끼면 전체가 0이다.

반례

n=0n = 0이 늘 좋은 건 아니다. 시장이 작으면 독점해도 DD가 작다. Thiel의 “작은 시장 독점”은 거기서 넓힐 수 있을 때 얘기고, 넓힐 옆 시장이 없으면 독점한 우물이다.

플라이휠은 α>0\alpha > 0일 때만 돈다. 데이터가 품질에 기여하지 않는 사업이 훨씬 많다. 식당의 주문 기록은 쌓여도 음식이 좋아지지 않는다. “데이터를 쌓는다”는 말이 늘 해자인 것처럼 쓰이는데, α\alpha를 재보지 않은 데이터는 창고다.

종속이 처음에는 옳을 수 있다. 유입이 0인 영지는 영지가 아니라 무인도다. kk는 처음에 높고 시간이 갈수록 내려가야 하는 변수지, 처음부터 0이어야 하는 변수가 아니다. 목줄을 거부하다 굶는 것과 목줄에 익숙해지는 것 사이에 길이 있고, 그 길은 “손님을 옮긴다”는 동작이다.

이어진 개념

↑ 구조가 선택을 강제 — 수수료는 플랫폼이 아니라 종속도 kk가 정한다
→ 장부 — 장부를 쥔 쪽이 ff를 정한다
→ 선택지 — 해자는 손님의 선택지를 줄이는 일이다
→ 고백은 왜 늦는가 — 비용 비대칭이 교착을 만드는 같은 구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