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서로를 좋아한다. 둘 다 안다고 느낀다. 그런데 반년째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이걸 “소심해서”라고 하면 거기서 설명이 멈춘다. 자리를 보면 다른 게 보인다 — 둘은 같은 식을 풀고 있고, 그 식의 답이 침묵이다.

고백은 값을 치르는 신호

고백은 정보를 주는 행동이 아니라 값을 치르는 행동이다. 성사되면 VV를 얻고, 거절당하면 cc를 잃는다. cc는 체면만이 아니다. 같은 회사, 같은 학과, 같은 친구 무리라면 거절 뒤에도 매일 마주쳐야 하고, 그 어색함이 전부 cc에 들어간다.

상대가 나를 좋아할 확률을 pp라고 믿는다면 고백의 기대값은

E[고백]=pV−(1−p) c\mathbb{E}[\text{고백}] = pV - (1-p)\,c

이게 0보다 커야 말한다. 정리하면 고백 조건은

p>p∗=cV+cp > p^{*} = \frac{c}{V + c}

p∗p^{*}는 “이 정도는 확신해야 말한다”는 문턱이다. 문턱은 cc가 커질수록 올라간다.

거절 비용에 따른 고백 문턱012345600.10.20.30.40.50.60.70.80.9

가로축은 c/Vc/V, 성사의 가치에 견준 거절의 값이다. 거절이 공짜면(c=0c = 0) 문턱은 0이고,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보이면 말한다. 거절이 성사만큼 아프면(c=Vc = V) 문턱은 1/21/2가 된다 — 반 이상 확신이 없으면 입을 닫는다. 거절이 성사보다 세 배 아프면 문턱은 3/43/4다.

좁은 공동체일수록 cc가 크다. 그래서 회사와 학과에서 고백은 드물고, 여행지에서는 흔하다. 사람이 달라진 게 아니라 cc가 달라졌다.

둘 다 기다리는 이유

두 사람이 같은 식을 풀고 있다. 각자의 pp가 각자의 p∗p^{*}보다 작으면 둘 다 침묵한다. 여기까지는 그냥 두 번의 계산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침묵은 관찰된다. 상대가 말하지 않는 걸 보고 나는 “관심이 없나 보다”라고 읽는다. 내 pp가 내려간다. 상대도 같은 걸 본다. 상대의 pp도 내려간다.

pt+1<pt(양쪽 모두)p_{t+1} < p_t \quad \text{(양쪽 모두)}

시간이 갈수록 둘 다 문턱에서 멀어진다. 처음엔 문턱 바로 아래였던 두 사람이 반년 뒤엔 한참 아래에 있다. 둘 다 좋아하는데 둘 다 “쟤는 아니다”라고 결론 내린 상태. 이게 교착이고, 교착은 누가 못나서 생기는 게 아니라 c>0c > 0이면 생기는 기본 상태다.

밀당은 상대의 c를 올리는 일

반대 방향도 있다. 관심을 숨기는 쪽.

고백 비용이 있어야 고백이 뜻을 가진다. 호감 θ\theta인 사람이 고백해서 얻는 건 θV−c\theta V - c이고, 이게 양수인 사람만 말한다.

θ>cV\theta > \frac{c}{V}

그러니까 cc를 치르고 말했다는 사실 자체가 “θ\theta가 적어도 c/Vc/V는 된다”는 증거다. 비용이 없으면 증거도 없다. 누구나 공짜로 할 수 있는 말은 아무 정보도 주지 않는다.

밀당은 이걸 거꾸로 쓰는 기술이다. 관심을 덜 보여서 상대의 pp를 낮추고, 그러면 상대가 치러야 할 실질 비용이 올라간다. 그 비용을 치르고도 오는 사람은 θ\theta가 큰 사람이다. 걸러내기다.

대가가 있다. 문턱을 너무 올리면 θ\theta가 큰 사람도 안 넘어온다. 고백 조건 p>c/(V+c)p > c/(V+c)에서 pp를 깎는 건 상대를 문턱 아래로 밀어내는 일이기도 하다. 밀당이 실패하는 지점은 늘 여기다 — 걸러내려다 전부 걸러진다.

매칭 앱이 푼 것

틴더가 발명한 건 만남이 아니라 메커니즘이다. 두 사람이 각자 몰래 “예/아니오”를 내고, 둘 다 “예”일 때만 공개된다. 한쪽만 “예”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나고, 그 사람은 자기가 거절당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cc를 0으로 만든 것이다.

상대 예상대 아니오
내가 예성사 (VV)아무 일 없음 (0)
내가 아니오아무 일 없음 (0)아무 일 없음 (0)

이 표에서 진실을 말하는 게 약우월전략이다. 좋아하는데 “아니오”를 내면 성사를 놓치고, 안 좋아하는데 “예”를 내면 원치 않는 매치가 생긴다. 거짓말로 얻는 게 없다. 메커니즘 디자인이 하는 일이 이거다 — 각자 제 속을 그대로 말하는 게 최선이 되도록 규칙을 짜는 것.

고백을 없앤 게 아니라 거절을 없앴다. 문턱 p∗=c/(V+c)p^{*} = c/(V+c)에서 c=0c = 0이니 문턱은 0이다. 조금이라도 괜찮으면 누른다.

부작용도 같은 식에서 나온다. c=0c = 0이면 “예”는 비용이 없고, 비용이 없는 신호는 정보가 없다. 위에서 본 θ>c/V\theta > c/V의 걸러내기가 사라진다. 그래서 앱에서는 좋아요가 넘치고 그 좋아요가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양이 질을 대신한다. 교착을 풀었더니 신호가 죽었다.

먼저 제안하는 쪽이 유리하다는 정리

거절이 공짜인 세계에서는 다른 결과가 하나 더 나온다. Gale과 Shapley가 증명한 것 — 제안하고 거절당하고 다시 제안하는 과정이 끝나면 안정적인 짝이 나오는데, 그 짝은 제안한 쪽에 가장 유리한 안정 매칭이다. 제안받기만 한 쪽에는 가장 불리한 안정 매칭이다.

이 정리의 가정은 거절 비용이 0이라는 것이다. 거절당해도 다음 사람에게 바로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두 세계가 갈린다.

c=0c = 0c>0c > 0
먼저 말하면유리하다 (제안자 최적)손해 본다 (문턱을 혼자 넘음)
아무도 안 말하면일어나지 않음기본 상태 (교착)
신호의 값없음있음

“먼저 말하는 쪽이 진다”와 “먼저 말하는 쪽이 이긴다”가 둘 다 맞는 이유다. 둘은 다른 cc의 세계에 대한 말이다. 어느 쪽에 있는지 모르고 조언을 들으면 반대로 간다.

반례

사람의 θ\theta는 고정돼 있지 않다. 고백을 받으면 θ\theta가 변한다. 관심 없던 사람이 고백을 듣고 보기 시작하는 일은 흔하고, 그건 신호가 정보를 전달한 게 아니라 선호를 만든 것이다. 위의 식들은 전부 선호가 먼저 있고 행동이 그걸 드러낸다고 가정한다. 그 가정이 깨지면 pp 자체가 고백에 의해 움직이고, 문턱 계산은 뒤에서 하는 설명이 된다.

반복도 있다. 한 번 거절당하고 끝이 아니라 그 뒤로도 같은 사람과 지내는 경우, cc는 거절의 순간이 아니라 그 뒤 관계가 어떻게 되느냐로 정해진다. 거절을 잘 받는 사람 옆에서는 cc가 작고, 그 사람에게는 고백이 많이 온다. cc는 구조의 값이면서 동시에 한 사람의 태도가 만드는 값이기도 하다.

이어진 개념

↑ 구조가 선택을 강제 — 침묵은 성격이 아니라 cc의 함수다
→ 선택지 — 메커니즘은 선택지의 모양을 바꿔 답을 바꾼다
→ 밖을 본다 — 속마음 대신 거절 비용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