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버티는 것들을 뜯어 보면 결국 둘을 쥐고 있다. 사람과 데이터다. 이 글은 그 둘이 왜 다른 것들과 다른지, 둘 사이에 어떤 순서가 있는지, 쥔 뒤에 무엇이 남는지를 적는다.
형태는 거기서 거기다
검색엔진, 지식인, 유튜브, 모임 앱, 구인 사이트, 은행, 국가. 겉은 전혀 다른데 뼈대는 하나다. 두 무리가 만나는 자리가 있고, 그 사이에 기록이 쌓인다. 경제학은 이 뼈대를 양면 시장이라 부른다(Rochet & Tirole, 2003). 한쪽이 늘면 다른 쪽의 값이 오르고, 그 사이의 거래가 기록으로 남는다.
| 만나는 두 무리 | 쌓이는 기록 | |
|---|---|---|
| 검색엔진 | 찾는 사람, 글 쓴 사람 | 무엇을 찾고 눌렀는가 |
| 은행 | 보내는 사람, 받는 사람 | 거래 내역 |
| 구인 사이트 | 뽑는 쪽, 구하는 쪽 | 이력과 공고, 누가 누구를 골랐는가 |
| 국가 | 국민, 국민 | 신원, 재산, 계약 |
국가가 그중 제일 오래되고 크다. 신원과 화폐와 법원을 깔아 주고 세금을 걷는다. 플랫폼이 수수료를 걷는 자리와 같은 자리다.
왜 이 둘인가
전기와 견준다. 전기는 힘이다. 그런데 누구의 전기든 같은 전기다. 돈을 내면 누구나 끌어다 쓴다. 가지면 좋지만 지킬 수는 없다. 대체 가능한 재화다.
사람과 데이터는 다르다. 같은 것이 세상에 하나뿐이다. 돈으로 못 사고 시간으로만 쌓인다.
해자인지 아닌지는 질문 하나로 가른다. 돈과 실력이 충분한 경쟁자가 내일 똑같이 가질 수 있는가. 가질 수 있으면 무기고, 없으면 해자다. 코드, 기능, 디자인은 무기다. 보고 따라 만들 수 있다. 복제 비용의 변수가 다르다.
무기의 복제 비용은 돈 와 실력 로 내려간다. 해자의 복제 비용은 시간 로만 내려가고, 돈으로 를 줄일 수 없다. 둘을 가르는 것은 이것뿐이다.
오래 가는 이익의 원천을 일곱으로 센 분류가 있다(Helmer, 2016). 거기서 사람에 해당하는 것이 네트워크 경제고, 데이터에 해당하는 것이 전환 비용과 코너드 리소스다. 나머지(규모, 브랜드, 프로세스, 역포지셔닝)는 이 둘이 있어야 붙는다고 본다.
전지와 전능
둘을 이렇게 짝짓는다. 데이터는 아는 것이다. 인식의 문제고, 전지 쪽이다. 사람은 있는 것이다. 존재의 문제고, 전능 쪽이다.
아는 것만 있으면 맞는 말을 하는 구경꾼이다. 사람만 있으면 어디로 갈지 모르는 군중이다. 둘을 같이 쥐어야 알고, 그 앎대로 움직인다. 머리와 몸을 다 가진 셈이다.
“전”은 과하다. 전부 아는 것도 전부 움직이는 것도 없다. 한 가지 문제에서 남보다 더 알고, 천 명쯤과 닿아 있는 것. 여기서 말하는 크기는 그 정도다.
둘은 대등하지 않다
데이터는 사람이 지나간 자국이다. 사람이 먼저 있고 데이터는 거기서 떨어진다. 사람 없이 모은 데이터는 누구나 구할 수 있는 데이터라 값이 없다. 값진 것은 내 사람들이 남긴 것뿐이다.
합의 범위가 내 사람이다. 공개된 데이터는 합에 들어가지 않는다. 경쟁자도 같은 것을 갖고 있어서다.
데이터 해자를 의심하는 쪽도 같은 말을 한다. 데이터는 쌓일수록 한 단위의 값이 줄고, 쌓인 양 자체는 경쟁자가 따라잡을 수 있어서 데이터만으로는 해자가 잘 서지 않는다는 것(Casado & Lauten, 2019). 해자는 데이터가 아니라 데이터를 계속 떨어뜨리는 사람 쪽에 있다.
사람부터 모으려 하면 안 모인다. 순서가 있다.
크리에이터가 강한 이유
자기가 광고판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이미 그 사람을 보고 있어서 손님을 데려오는 값이 들지 않는다. 광고는 사람을 빌리는 것이고 끊으면 그날로 꺼진다. 크리에이터는 사람을 모은 쪽이다.
광고는 분모가 1이다. 모은 사람은 분모가 계속 는다.
다만 플랫폼이라는 건물에 세 들어 있다. 구독자 목록은 플랫폼의 것이고 노출은 알고리즘의 것이다. 콘센트 이론에서 유튜버를 세 든 콘센트라 한 것과 같은 말이다.
가졌다고 끝이 아니다
둘을 쥐면 갑이 된다. 그런데 소유보다 임대에 가깝다. 사람은 가진 것이 아니라 머물러 있는 것이다. 머무는 조건은 하나다.
지금 받는 값이, 떠나서 받을 값에서 옮기는 비용 를 뺀 것보다 커야 한다. 모아 놓고 뜯기 시작하면 왼쪽이 줄고, 갈 곳이 생기는 날 오른쪽이 커진다.
싸이월드가 그랬다. 일촌도 사진도 다 거기 쌓여 있었는데 사람들은 두고 떠났다. 가 컸는데도 왼쪽이 더 빨리 줄었다. 사람이 있는 곳이 데이터가 있는 곳을 이겼다. 피키캐스트는 다른 경우다. 사람은 모였는데 보여 주는 것이 전부 남의 것이었다. 가 처음부터 0이었다.
떠날 수 없는 것은 국가뿐이다. 가 사실상 무한이다. 나머지는 계속 줘야 유지된다.
어려운 지점
모으기가 극히 어렵다. 특히 0에서 100명까지가 그렇다. 아무도 없는 곳에는 아무도 오지 않는다. 모이는 속도가 이미 있는 사람 수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0은 그 식의 고정점이다.
그리고 그 어려움이 곧 해자인 이유다. 쉽게 모이면 남도 쉽게 모은다. 어렵다는 것과 지킬 수 있다는 것은 같은 사실의 두 면이다.
아직 모르는 것
나는 지금 둘 다 0에 가깝다. 위에 적은 것은 남들이 한 것을 뜯어 본 결과지 내가 해 본 결과가 아니다. 0에서 100까지를 직접 지나 보면 틀린 데가 나올 것이다. 그때 고친다.
이어진 개념
↑ 목줄 없는 사업 — 복리가 붙는 자산이 무엇인가
→ 콘센트 이론 — 꽂는 쪽에서 벽을 가진 쪽으로
→ 장부 — 두 무리 사이에 쌓이는 기록의 이름
→ 구조가 선택을 강제 — 머무는 조건이 행동을 정한다
→ 연역으로 찌르고, 귀납으로 싣는다 — 0에서 100을 지나는 방법
참고
- Rochet, J.-C., Tirole, J. (2003). Platform Competition in Two-Sided Markets. Journal of the European Economic Association 1(4).
- Helmer, H. (2016). 7 Powers: The Foundations of Business Strategy.
- Casado, M., Lauten, P. (2019). The Empty Promise of Data Moats. Andreessen Horowit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