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때 혼자 이런 생각을 했다.

삼각형의 꼭짓점을 계속 확대하면 언젠가는 둥글어지지 않을까. 그렇다면 뾰족한 각이라는 건 애초에 없는 게 아닐까. 전부 확대하면 둥근 것 아닐까.

누구한테 말한 적은 없다. 엉뚱한 생각이라고 여겼고, 수업과는 상관이 없었다. 나는 수학을 잘하는 학생도 아니었다.

나중에 알게 된 것

이 질문에는 답이 둘 있었다.

수학의 삼각형은 아무리 확대해도 뾰족하다. 점에는 크기가 없어서, 키워도 같은 각이 그대로 나온다.

종이에 그린 삼각형은 내 생각대로 둥글어진다. 연필 선에는 두께가 있고, 더 들어가면 원자가 나온다. 거기서는 “모서리”라는 말이 뜻을 잃는다.

머릿속의 삼각형 종이의 삼각형 ×1 ×10 ×100 같은 각이 그대로 나온다 선의 두께 → 둥근 모서리 → 원자. "모서리"가 뜻을 잃는다

그러니 그때 내가 건드린 건 각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었다. 머릿속의 삼각형과 세상의 삼각형이 다른 물건이라는 것이었다. 교과서는 앞의 것을 말하고, 나는 뒤의 것을 떠올리고 있었다.

이미 이름이 있었다

새로운 생각이 아니었다. 오래전에 사람들이 다 지나간 자리였다.

확대하면나오는 것이름
완벽한 각머릿속에만 있고, 세상의 것은 전부 근사이상화. 플라톤까지 올라간다
꺾인 점아무리 확대해도 꺾여 있다. 거기서는 미분이 안 된다첨점
매끄러운 곡선직선처럼 보인다. 내 질문과 방향이 반대다미분의 바탕
해안선계속 울퉁불퉁해서 길이가 정해지지 않는다해안선 역설

완벽한 각은 머릿속에만 있고 세상의 것은 전부 그 근사라는 생각. 이상화라고 부른다. 플라톤까지 올라간다.

아무리 확대해도 꺾여 있는 점. 수학에서는 첨점이라고 하고, 그런 점에서는 미분이 안 된다고 한다.

매끄러운 곡선은 확대하면 직선처럼 보인다는 것. 미분의 바탕이다. 내 질문과 방향이 반대다.

해안선은 확대할수록 계속 울퉁불퉁해서 길이가 정해지지 않는다는 것. 해안선 역설이라고 한다.

해안선의 길이. 자(ε)가 짧아질수록 잰 길이가 늘어난다0.10.20.30.40.50.60.70.80.9100.511.52

자의 길이를 ε\varepsilon이라 하면 잰 길이는 L(ε)∝ε 1−DL(\varepsilon) \propto \varepsilon^{\,1-D}로 늘어난다. 영국 서해안은 D≈1.25D \approx 1.25다. 자를 줄일수록 값이 커지고, 멈추는 곳이 없다.

전부 “확대하면 무엇이 나오는가”를 끝까지 따라간 결과다. 나는 그 입구에 잠깐 서 있었던 셈이다.

무슨 종류의 생각인지

이론을 만든 건 아니다. 여러 개를 하나로 묶은 게 없다. 상상하며 논 것과도 조금 다르다.

당연하게 쓰는 말을 하나 잡아서, 끝까지 밀어 보고, 어디서 깨지는지 본 것이다. 사고 실험이라는 이름이 제일 가깝다고 생각한다.

당연한 말 하나끝까지 민다깨지는 자리진짜 차이

돌아보면 나는 지금도 같은 일을 한다. 대상만 바뀌었다. 그때는 “각”을 확대했고, 요즘은 “플랫폼”이나 “블로그” 같은 말을 확대한다. 은행도 플랫폼인가. 블로그와 위키는 정말 다른가. 확대하다 보면 당연했던 구분이 흐려지는 지점이 나오고, 거기서 진짜 차이가 뭔지가 보인다.

조심하는 것

이 버릇에는 함정이 있다. 끝까지 밀다 보면 “결국 다 똑같다”로 가기 쉽다. 확대하면 전부 원자라는 말은 맞지만 쓸모가 없다. 삼각형은 종이 위에서는 여전히 삼각형이다.

그래서 요즘은 두 가지를 같이 묻는다. 확대하면 무엇이 사라지는가. 그리고 어느 배율에서 이 구분이 쓸모 있는가.

이어진 개념

→ 코인은 디지털 금이 아니다 — “코인”을 확대하면 장부가 나온다. 같은 버릇
→ 밖을 본다 — 머릿속의 삼각형이 아니라 종이 위의 삼각형을 보는 쪽
→ 인지의 세 층 — 같은 머리를 다른 배율로 본 것